[기자수첩] 50여년의 조각인생

관리자 2016-12-11 (일) 08:48 7년전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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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조각가의 하루엄기섭 (, 76) 그는 누구일까?

이십대 중반부터 목공예의 꿈을 꾸고 살던 시절, 지금은 비좁고 허름하고 낡은 곳에서 힘이 허락할 때까지 평생을 하고 싶어 했던 꿈을 오늘도 이루기 위해 더욱더 활기찬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황혼에 접어든 시점에서 지난 날 들을 잠시 회상해보는 엄기섭 씨를 만나 보았다.

전라북도 익산시 주현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 허름한 목공소에서 오늘도 목공예 조각을 하며 묵묵히 자리를 잡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 조각예술가가 엄기섭(사진) 씨다.

평범한 한 청년은 군을 제대해 달리 해야 할 것이 없어 방황을 하던 때 대전의 한 골목을 지나는데 우연히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정교하게 나무를 조각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한 작품에 푹 빠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 청년은 그때부터 조각 공예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 나이 26세였던 한 청년은 최고의 조각공예사가 되기 위해 버려진 나무들을 살아 있는 예술 공예작품으로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삼고 항상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하루하루 살며 자신의 일을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어 어느새 십여 명의 직원들도 생기게 되었으며, 더 많은 작품을 탄생시키며 매일같이 꿈을 꾸듯 하루하루 살아가게 되었다.

점차 살아있는 작품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질 때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하던 한 청년을 시기하듯 불행한 일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아름다운 꿈을 만들어가던 모든 일터를 잃게 되었다.

믿고 지내오던 지인의 보증 문제로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 엄 씨는 자신이 바라고 생각해왔던 꿈들을 하루아침에 포기해야 했고 점차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말았다.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자신이 이루고자했던 꿈들이 점차 멀어지고 있었으며, 당장 꿈을 이루는 것보다 우선 급했던 건 가족들 보기에 부끄러운 가장이 되었다는 것이 더 힘이 들었고 당장 돈을 벌어야 했기에 평생 하고자하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 가슴 아팠다.

당장 끼니도 해결하기 힘들었던 그때에는 공사장을 전전긍긍해야만 했고 한번 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 생각대로 잘 될 리는 없을 터 일이 서툴러 쫓겨나기가 일쑤였다.

점점 힘든 상황의 연속으로 더욱더 힘들어가는 자신을 생각하니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며 할 수 없이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위해 농촌으로 귀화하기로 마음먹고 지금의 익산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낯선 곳에서 다시금 시작하려했지만 아는 지인도 없을뿐더러 모든 건 자신이 직접 움직여 만들어 나가야했기에 하루하루가 힘이든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시작한 시골생활이 한해 두해가 지나다보니 어느새 주위에는 지인들이 생기게 되었고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보고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해 더욱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익산시 소재에 있는 허름한 목공소에 자리를 잡게 된 동기도 자신을 알아주는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라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시작했던 일들이 전부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다시는 못할 줄 알았던 일들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어느 경매장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옛 전통의 물건들을 경매하는 광경을 바라보던 엄기섭 씨는 허름한 물건들을 보며 조금만 손질하면 좀 더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물건들이 뜯어지고 볼품없이 거래되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이용한다면 좋은 물건으로 제 탄생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여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경매장 옆에 허름한 목공소를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기술을 인정해주듯 매일같이 밀려드는 전통 물건들을 제 탄생시킬 때마다 희열을 느낄 정도로 지난날의 힘들었던 일들을 잊을 수 있었으며,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후배들에게 그 맥을 이어주고 싶어 기술을 전수해줄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고 말한다.

고독한 직업이고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배운다고 찾아왔지만 번번이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그만 두기가 일쑤였다.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줄 사람을 찾은 지 어언 3년이란 세월이 흘렀을 무렵 한 청년이 찾아와 기술을 배우고 싶다하는 말을 하였고 그때부터 엄기섭 씨의 꿈은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하나둘씩 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였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30여명의 전수자가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것을 보며 엄 씨는, 이제는 꿈은 이루었다고 말을 한다.

이제는 일을 하기에는 버거운 나이다.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살아갈 나이지만 천직으로 살아온 터전을 하루라도 안보면 안 될 정도로 많은 애착이 간다는 엄기섭 씨, 오늘도 자신의 터전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홀로 조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인생이 다할 때 까지라고 말하며...

최영철 기자 / 기사입력 :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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