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공기관도 손해배상 책임있다” 이례적 판결

김정운 기자 2020-12-23 (수) 07:52 3년전 512  

- 넌 목소리가 야해”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한 공공기관 팀장 

 아르바이트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직원을 두둔한 공공기관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직원의 성범죄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공공기관 직원 A씨와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학원생 B씨는 2016년 여름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중 같은 팀 A씨로부터 주말에도 근무하라는 다그침을 받았다. B씨가 집안내 상사(喪事)로 미뤄 놓았던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시였다. B씨는 평소처럼 A씨와의 재계약 권한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장례식 직후 상경한 B씨는 일요일임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혼자 업무를 했다. 그날 오후 A씨도 사무실에 나타났다. 돌변한 A씨는 B를 성폭력하려 했으나 B씨의 격렬한 저항에 막혀 미수에 그쳤다.

범행 현장을 벗어난 B씨는 회사에 신고했으나 팀장 C씨는 이를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C씨는 “A가 처벌받으면 나까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그냥 넘어가자”고 말했다. C씨는 피해자 B씨를 도우려는 다른 팀원까지 회유했다. 급기야 B씨를 향해 “원래부터 목소리가 야했다”며 오히려 B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호소하면서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공공기관은 범죄행위가 휴일에 단둘이 있을 때 발생했으며, 가해 직원은 인사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일탈행위에 불과해 사무집행 관련성이 없고, 따라서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항변이었다. 아울러 평소 성희롱 예방교육, 성폭력 고충전담창구 운영 등 나름의 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률구조공단의 송영경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발생했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소개로 별도의 심사 없이 채용된 이후 업무지시를 받았던 점 등을 들어 사무집행 관련성을 적극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측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 “가해자와 공공기관은 공동으로 2,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송영경 변호사는 “회사직원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회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용자가 예견할 수 없는 성폭력 범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이번 판결이 사용자 책임의 기준 확립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가해자 A씨는 대법원까지 이어진 형사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출처-대한법률구조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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