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습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뇌 인지기능 원리 밝혀

권기산 기자 2021-12-30 (목) 12:25 2년전 552  

- 무작위화 신경망 모델에서 고등인지 기능인 얼굴 인식(face detection)이 발생함      을 발견하여 ‘선천적 뇌 기능’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마련
 - 현재의 데이터 학습 기반 인공지능과 완전히 구별되는 생물학적 원리 기반의        인공지능 개발 가능성 기대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뇌 신경망에서 선천적인 인지 기능이 발생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들이 출생 직후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초적 인지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선천적 뇌 기능'에 대한 이해에 다가가는 기초를 마련했으며 `초기 뇌 신경망 인지 기능의 발생'에 대해 기존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연구팀의 결과는 일반적인 인공지능 모델에서 기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데이터 학습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과 달리, 생물학적 뇌 신경망의 기능 발생과 진화는 확률적으로 생성되는 물리적 연결 구조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차별된 기저 원리를 제안한다.

연구팀은 인지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돼 온 얼굴 인지 기능(face detection)에 초점을 두어 뇌의 시각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신경망에서의 사물 인지 기능을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모든 연결 가중치가 무작위로 정해지도록 초기화된 심층신경망이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얼굴 이미지를 다른 사물 이미지와 구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발생하는 얼굴 선택성 (face-selectivity)이 실제 동물 실험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생물학적, 인지 행동적 특성들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론적 모델 기반의 본 연구 결과가 충분한 생물학적 타당성을 가지며, 향후 뇌 신경망에서 나타나는 선천적 인지 기능의 핵심적 발생 원리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이론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승대, 송민 박사과정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12월 16일 字에 게재됐다. (논문명 : Face Detection in Untrained Deep Neural Networks)

인지 지능의 최초 발생에 관한 연구는 뇌신경과학,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 모두에서 중요한 주제다. 특히, 별다른 학습 과정 없이 출생 직후부터 다양한 인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뇌의 `선천적' 인지 기능은 데이터 입력을 통한 학습에 의존하는 인공신경망의 기능과 뚜렷이 구별되며, 이에 대한 이해는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얼굴 인지 기능은 사회적 행동을 하는 다양한 동물 종의 어린 개체들에서 관측되며, 이 기능의 발생을 위해 외부 정보의 학습이 필수적인지는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왔다.

연구팀은 앞서 진행했던 연구를 토대로 구축한 신경망 기능 발생 이론에 기반해, 아무런 학습을 거치지 않은 계층적 신경망의 초기 피드 포워드 연결 구조를 통해 얼굴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심층신경망 시뮬레이션에서 얼굴 이미지를 비롯한 단순 사물의 인식 기능은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초기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전, 신경망의 초기 구조가 갖춰진 시점에 이미 다양한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뇌 과학의 오랜 화두인 지능 형성의 선천성 또는 후천성(nature vs. nurture) 논의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적 기능 발생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신경과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이론을 제시해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ˮ며 "한편으로 데이터 학습 기반 인공지능 구현의 방법과 완전히 다른 관점의 생물학적 지능 구현 원리를 정립해 현재의 인공지능 개발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ˮ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 특이점교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용어 설명

1. 얼굴 인식 (face detection)
대상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다. 인간, 원숭이,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 종들에서 발견되며, 얼굴에 대한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생애 초기에도 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관찰된 바 있다.

2. 무작위적 초기화 신경망 (randomly-initialized neural network)
신경망의 모든 가중치 값이 무작위적으로 정해져 초기화된 상태의 신경망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무런 학습도 거치지 않은 상태이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학습 과정을 거치기 전 신경망을 초기 상태로 만들어주는데 사용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 초기화 상태의 신경망 기능을 조사하였다.

3. 본성 대 양육  (nature versus nurture)
인간의 인지 기능이나 지적 능력, 인격 등이 유전자 등에 각인되어 본성적으로 결정되는지, 아니면 후천적인 양육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뇌과학, 심리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뤄져왔다.

 


□ 그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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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무작위화 신경망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얼굴 선택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계산적 모델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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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얼굴 인식을 위해 필요한 시각적 요소의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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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무작위적 뇌 신경망 연결 구조의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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